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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칠드런], 나찌는 어디에나 어느 시대에나 있다.길다 2008. 12. 25. 23:04
영화 "굿바이 칠드런(Goodbye Children)"의 원제는 "Au Revoir Les Enfants"이고 프랑스 출신 감독 루이 말(Louie Malle)의 1987년 작품이다. 이 영화는 루이 말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87년 베니스 영화제 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제목에 있는 Au revoir는 불어로 헤어질 때 서로 나누는 말인데, 영어로 Goodbye라고 쓰긴 하지만 실은 "다시 보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 신부님과 아이들이 이 인사를 서로에게 건네게 된다.
이 영화는 감독이 유년시절에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나래이션을 루이 말 자신이 직접 하였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2차 세계대전 시 독일의 점령 하에 있던 프랑스의 어느 시골에 있는 사립기숙학교에 전학생이 한 명 온다. 그 소년은 프랑스 사람인 쟝 보네라고 하였지만 실은 유태인 쟝 키펠스타인이었다. 나찌의 유태인 학살을 피해 이름을 감추고 프랑스 부유층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피신을 온 그 소년은 줄리앙 쿠엔틴의 옆 침대에 짐을 풀게 된다. 쿠엔틴(소년 시절의 루이 말)과 보네는 여느 소년들이 그러하듯 서로 투닥거리면서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그렇게 둘의 우정이 깊어가던 어느 날 ...
이 정도만 들어도 어느 정도 감이 오시겠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성장영화이고 나찌의 유태인 학살을 비판하는 영화이다. 그런 주제와 이야기를 차분한 시선과 익숙한 톤으로 화면에 담고 있기에 이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 적당하다.
사실 나찌의 유태인 학살과 인종청소 만행의 실상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영화는 아주 많다. 퍼뜩 떠오른 것만 적어도 "안네의 일기" "홀로코스트" "소피의 선택" "뮤직박스"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 등등. 아시아 문화권에 살고있는 내가 느끼기에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많다.
소피의 선택
뮤직박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니다, 많은 게 아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범죄 중의 하나인 인종청소에 대한 고발과 경고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그 다양한 경고와 각성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범죄가 모양만 바꿔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러하다.
여기에서 질문을 하나 해보자. 히틀러는 죽었다. 그를 추종하던 나찌들도 대부분 죽거나 사라졌다. 그런데 왜 그들의 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을까? 코소보, 체첸, 티베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할 것 없이 나찌가 저질렀던 범죄가 왜 자꾸 다시 발생하는 것일까?
희대의 범죄자 히틀러
이 범죄는 주동자와 동조자들이 남들보다 이익을 더 챙기고 나아가 남의 것을 모두 빼앗아 독점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확신 속에 저지르는 조직범죄인 것이다. 내세우는 명분이 무어든 이 범죄는 탐욕만이 유일한 동기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 범죄는 어디에서고 어느 때고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나찌와 유태민족간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서도 생길 개연성이 항상 존재하는 범죄인 것이다. 히틀러를, 챠우세스쿠를, 밀로셰비치를 처형해도 이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탐욕이 정당하다고 욕심이 미덕이라고 미화되는한 우리의 아이들은 계속 사라질 것이고 고통받을 것이다.
어느 시대에서나 그랬듯이 이 영화에서도 밀고자가 등장을 한다. 그런데 이 밀고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도 결국 남들이 다 그러듯 그의 이익을 추구한 것 뿐인데 말이다.
안다. 이런 논리가 바로 이 땅 친일파들의 더러운 변명과 맞닿아 있음을.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밀고자를 이해할 순 있어도 그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하고 이를 받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용서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불행이 닥쳐온다. 단죄되지 않은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어떠한 형태로 추구해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음을 경험하게 되어, 차후 어느 시대가 되어도 자신의 이익과 이를 획득하기 가장 좋은 위치인 권력을 잡으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대부분 잠시라도 그걸 이루게 된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는 너무나 자주 있어왔다.
이 영화는 앞에서도 이야기 하였듯이 온 가족이 휴일을 맞아 모처럼 함께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이다. 불행한 역사의 한 시기가 배경이다보니 결말이 해피엔딩일 순 없으나, 화면에 그려지는 것은 분노와 절망이 아니라 담담한 심경으로 전하는 이야기이다.
실없이 깔깔대는 영화나 무작정 까고 부수는 영화가 꺼려지는 분들에게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해 본다.
이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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