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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주의 ... 그리고 요즈음
    길다 2004. 6. 24. 16:07
    자본주의, 말 그대로 재물(資)을 근본(本)으로 삼는 구조를 일컫습니다. 사회를 구성하고 역사를 일궈가는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자본, 즉 돈을 벌어들이는 돈이 우선인 주의라는 것이죠.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1996년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한국의 자본주의는 그 질과 모양이 급속하게 변했습니다. 기존의 촌스럽고 엉성하던 자본주의 모델이 그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선고하였을 때, 그래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 '대한민국'은 한 가지 선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자본주의로 그리고 자본주의의 생리에 보다 충실하게" 라는 선택이었죠.

    "일단 먹어야 산다. 그러러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야 한다." 라는 명제에 대해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은 이견이 없었습니다. 사실 이 명제 중 "어떻게 ..." 라는 부분에는 여러 대안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단지 '자본주의의 심화' 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잡았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회의 모든 것이 그 방향에 맞춰서 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건 사회를 구성하고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 맞춰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회의 구조에 몸과 마음을 꾸겨 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즉 "돈을 어떻게 얼마나 잘 버느냐" 가 가치기준이 될 뿐, "사람이 어떻게 잘 사느냐"는 그저 사은품 수준에 머무르고 마는 것이죠.

    그 틀 안에서 '대한민국'은 돌아갑니다. 새로운 대안을 택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는 아무리 개선안을 도출하고 다른 방법론을 적용한다고 해도 그 틀은 변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틀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바라볼 뿐, 다른 틀을 가져다가 들여다보면 모든 게 답답하고 Zot 같습니다.

    '노무현'은 왜 선택이 되었을까? 개혁적이어서, 아니면 서민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서, 또는 청렴해 보여서? 이거 다 강아지 소리일 뿐입니다. 그는 그저 '대한민국'이 선택한 자본주의 노정에서 이 시기의 지점에 맞는 인물이기 때문에 선택받았을 따름입니다. 간단히 말해, 거대자본가 밑에서 몸종 역할을 하며 분배를 받아가는 기존의 방식을 거부하고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를 위해 일하며 분배를 얻고자하는 방식을 택하고자 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상대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사실 '노사모'의 정서를 보면 이게 주류입니다. 그들의 정서는 거대 자본가의 그것도, 영세상공인의 그것도, 노동자의 그것도 아닌 소규모 자본가 및 안정된 월급생활자의 ideology가 큰 맥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그런 정서를 공유케하는 수단은 Internet이죠.

    그들이 원하는 방식은 이미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예가 있습니다. Bill Clinton이 채택했던, 새로운 item을 정부가 제시하고 이 분야에 중, 소규모 자본가와 여기에 결합할 인력을 유도하는 방식 말입니다. IT Boom과 NASDAQ이 그거였고 아주 큰 성공을 거뒀죠. 그런데 이 방식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서도 여전히 대자본이 생성되기 마련이고, 이 대자본은 역시 이전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해당 item과 시장을 독점하여 결국에는 발전의 저해요소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생리대로죠. 이럴 땐 다시 새로운 item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 item이 성공할지 말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축적된 자본이 고이지 않고 흘러나가도록 만들어 줘야 하는 것입니다. Geroge Bush가 소로스 등 금융자본가를 비롯하여 미국 민주당 지지층의 증오를 사는 이유는, 그가 멍청하고 독선적이어서가 아니라 돈이 흘러 나갈 구멍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 입니다. 참으로 멍청하게도 그는 더 이상 나올 게 없는 석유산업과 군수산업을 대안으로 선택하였고, 이 때문에 여타 분야에서 자본이 흐르지 않고 고이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인 거죠. 그렇다고 석유나 군수산업이 새로운 item을 개발한 것도 아니니 모든 분야가 침체에 빠져들었고요.

    이 문제가 지금 '대한민국'에도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새로운 item을 제시할 때 '대한민국'은 이를 재빨리 도입했습니다. Internet이 성공하기에 적합한 국가규모, 산업잠재력, 그리고 인적자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그 방식을 제대로 이어 나가라는 기대 속에서 선택 된 '노무현' 정부는, 허나 미국의 침체로 인해 곤란한 지경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item을 제시하고 이를 Boom 으로 연결 시킬 수 있는 자본도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니까요.

    "이라크 파병" 이나 "김선일"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건들입니다. 그런데 '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말이 될 뿐만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는 사안들입니다. 그러니 이를 두고 굳이 속았다거나 실망했다거나 하기도 민망합니다. 물론 두 사건과 같은 문제에 침묵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떠들어야지요, 그리고 덤벼야지요. 그런데 일부에서 말하듯 "초심으로 돌아가라" 거나 "애초의 약속을 지키라" 거나 하는 접근은 아무 소용도 없거니와 위험하기 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노무현은 원래 그런 놈이 었고 어차피 수구다. 우리만이 진보와 개혁이기에 우리의 주장이 결국엔 다 옳다" 라고 덤비는 건 무모하고 무책임 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지금 민노당이나 노동단체, 그리고 시민단체의 접근 방식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그 분들이 우리 사회의 모습과 동작 방식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는지 분명하지가 않고 그리고 지금 돌아가고 있는 걸 인정하고 그 틀을 허물지 않는 내에서 보수공사를 벌이자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틀 안에 임시 거주 하면서 새 틀을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고요. 그러다 보니 이번의 사건 같은 경우에도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주장과 요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민들의 감상에 의존한 구호만 난무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 "정부는 각성하라 ...", "배신자 노무현", 뭐 이런 거 말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말이 없습니다. 분풀이는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실마리가 나오기 힘듭니다.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생각인 건지.

    얘기가 길어졌네요. 여하튼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 할 텐데 그걸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자꾸 생각이 깊어지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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