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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로 있었던 일 ...
    길다 2004. 3. 25. 00:32
    H고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답니다.
    이전에는 선생님들이 회의를 거쳐 지목하는 방식이었지만 학생들의 거센 요구로 직선제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이미 학생회장으로 낙점을 받다시피 한 학교 이사장의 아들이 간발의 차이로 떨어지고 다른 학생이 학생회장이 되었답니다. 그 이후로 이사장 아들 녀석과 그 똘마니들은 학생 행사에는 협조 하지도 않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회장을 씹어대는 데만 몰두하고 다녔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반장이 더는 참지 못하고 애들 다 보는 앞에서 이사장 아들 녀석에게 싫은 소리를 하였다는 군요. 그러자 그 녀석이 마치 그러길 바랬다는 듯이 금새 주먹을 쥐어 반장 얼굴에 들이밀며 위협했답니다.
    “이 쇄끼, 학생회장의 자질이 없는 놈이구만. 개인적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욕이나 하고 말이야. 너 이 시벌놈, 나한테 한 대 맞고 사과하든지 아니면 대의원 회의를 소집해서 널 짤라버리겠어.”

    그러자 학생회장이 그랬다는군요.
    “내가 왜 너한테 사과해야 되는데? 그렇게 못 해.”

    그랬더니 이사장 아들 녀석은 다음 날 자기 똘마니들 중 학생회 대의원인 애들을 불러모아 우격다짐으로 학생회장 해임안을 통과시켜버렸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회장을 옹호하는 대의원들과 충돌이 있었지만 숫적열세로 그 대의원들은 얻어터지기만 했다는 군요. 실컷 얻어터지면서 그 대의원들은 이렇게 울부짖었다더군요.
    “우리 모두 대의원 때려치우고 밖으로 나가 학생들에게 이 일의 부당성을 알리고 학교에서 쫓겨나더라도 반드시 너희들을 손 봐 줄 거야.”

    그리고 걔네는 실제로 대의원 자퇴서를 써 낸 뒤 한 친구의 자취방으로 모두 몰려 가 밤새 학생회장 해임의 부당성을 알리는 전단을 쓰고 격렬한 구호가 적힌 피켓도 만들었답니다. 어느새 날이 밝자 걔네들은 각자 머리에 구호가 적힌 띠를 두르고 손에 손에 피켓과 전달을 들고 학교로 갔답니다.

    그런데 웬걸, 조용할 줄 알았던 학교가 시끌시끌 했던 겁니다. 알고 봤더니 학생회장 해임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그날 밤에 삼삼오오 학교로 모여들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모여든 학생들의 숫자가 전체의 70%에 육박하자 당황한 학교측이 전기를 끊고 귀가를 종용하였고 이에 더욱 격분한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운동장에 모여 노래도 부르고 대화도 나누며 밤을 새웠다는 겁니다. 평상시에는 일을 못하네, 입이 가볍네 하며 학생회장을 꾸짖기만 하던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행동에 나설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대의원들은 한동안 뻘쭘하니 한 켠에 서 있을 뿐 달리 할 일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학생들 사이에서 한 아이가 일어서더랍니다. 그리곤 이사장 아들과 그 똘마니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몸을 숨기고 있던 교무실 쪽을 향해 이렇게 외쳤답니다.
    “멀 더 원하는 게요?”

    그러자 또 한 아이가 몸을 일으켰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셀린 디옹의 한국계 동생인 Zer Dion 이라는 학생이라더군요.
    “이 문제는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이긴 하지만, 이는 반드시 학생 전체의 의견 수렴이라는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때 우연히 학교 옆을 지나던 한 취객이 그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하였답니다.
    “… 학교의 … 꼬라지가 … 대략 … 난감하오 … 그리고 … 학생들이 … 장하오”

    그 정도쯤 되자 학생이 한 켠에 우두커니 서 있던 대의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답니다.
    “야, 우리가 너무 경솔했던 것 아니냐. 대의원을 그만두고 장외투쟁을 하자던 우리의 생각 말이야.”
    “그러게. 학생들을 믿었어야 했는데. 우리 그러지 말고 다시 대의원의 자리로 돌아가자.”
    “맞아. 다음 달이면 새 대의원 선거가 있는데 우리가 중뿔나게 나서지 말고 학생들이 직접 심판하도록 하자.”
    “그렇긴 해도 … 쩍 팔리잔냐”
    “할 수 없지 뭐 … 근데 너 어제 연애편지는 다 썼냐 …”

    그래서 걔네들은 학생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며 교무실로 갔답니다. 그리고 말했답니다.
    “우리 사퇴 안 할 거니까 사퇴서를 돌려주세요.”

    그 순간 계속 정적에 싸여있던 교무실 안에서 날카로운 교성이 터져 나오더랍니다.
    “오호호호호홋!!!!!! 미숙한 넘들. 니들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해. 너희를 학생의 대표로 인정할 수 엄써. 이 비열한 인용 방식들아.”
    녀옥이라는 교감 선생이었답니다.

    그 교만에 가득찬 비웃음의 독기가 너무 강해 대의원들이 잠시 우물쭈물하는 사이, 갑자기 이사장 아들이 교감의 손을 꼭 부여잡고 교무실 밖으로 나오더랍니다. 그리곤 대의원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씩씩하게 학생들이 모여있는 운동장으로 가더니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쳤다 하더이다.
    “나는 학생회장 안 할 거다아~ … 내 대신 그네 타는 공주가 나설 거다아~…”

    그네 타는 공주라는 말에 학생들은 누군지 의아해하며 웅성대다가 오래 전에 그 학교의 학생회장을 지냈던 집안 출신의 한 학생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회장이 당시 변변찮던 학교와 학생회의 재정을 늘리고 학교 이미지를 외부에 부각시키기 위해 하였던 일들의 기억도 되살리게 되었습니다. 학교 주변 상점에 학생들을 거의 공짜로 알바로 일하게 하곤 상점주들에게 이익금의 배분을 요구해 학교와 학생회의 재정에 넣고 선생님들과 학생회 간부들은 막대한 활동비를 흥청망청 썼던 기억, 알바로 일하는 아이들은 수업에 빠져도 모른 체 하던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 학교와 학생회에게 부당성을 호소하고 항의하던 학생은 흠씬 두둘겨맞거나 아예 퇴학을 당하던 기억, 같은 재단 내 다른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학생들 손에 몽둥이를 쥐어주며 그 학교에 가서 아무나 패고 오라고 시켰던 추억 등등 … 그때 분명 학교와 학생회의 형편이 좋아지고 학교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곤 해도 그 당시를 즐겁게 기억하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웅성거리고 있자 그때까지 도서관에서 수능공부에 몰두하거나 매점에 앉아 과자를 먹으며 빈정대고 있던 학생들 몇몇이 슬며시 아이들 무리로 다가오더니 이런 식으로 말을 걸더랍디다.
    “야, 니들이 이렇게 모여 앉아 있어봐야 뭐가 되겠어 …”
    “너흰 너무 어려 … 몇 년 꿇은 이 엉아의 말을 들어 …”
    “옛날이 좋았다니까 … 그리고 … 그때 같았으면 니들 다 주거써 …”
    “알고 보면 짤린 학생회장하고 그 쪽 대의원 애들도 다 똑 같이 별 수 없는 애들이야 …”
    “그리고 그네 타는 공주는 좀 다른 것 같더라 …”

    아이들은 혼란스러웠다 하더이다.

    그러자 그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피던 이사장 아들이 그네 타는 공주를 데리고 나타나서는 목청을 높여다 그러더이다.

    “다 집에 가 … 니들은 우리 뜻을 몰라 …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없었던 일로 해 줄 게 … 그나저나 너무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마르다 … 물이라도 다오 …”

    그러자 학교 앞에 사는 아지매, 동네 노는 형, 고장 난 신호등 고치던 이, 무놔상회 공주, 민주분식 낭자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던 새들e까지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외쳤다네요.

    “마N 은 셀푸…”

    * 사진은 DC에서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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