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강팀이 맞네 ...
    길다 2004. 3. 15. 10:20
    광화문에 다녀와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7~8살 꼬마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집회 중 노무현의 노자 하나 안 나왔던 것도 좋았습니다.
    노빠건 뭐건, 이건 우리의 일이라는 공감대가 좌악~
    그래서 좋았습니다.
    내가 너무 경직된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화로운 집회의 모습들.
    흐뭇~
    그래서 한 꼭지 써 봤죠.

    ------------------------------------------------------------------------

    강팀이 맞네

    “[예상] 앞으로의 정국” 기사에서 아래의 내용을 말한 바 있다.

    “우선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 행정부는 일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들게 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회복되겠지만 행정부내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너무도 달라져있게 됩니다. 지난 정권 들에서 지연, 학연 등에 기대어 책임자급의 위치에 올라섰지만 노무현정권이 들어서면서 소외되었다고 생각하고 바짝 엎드려있던 수많은 이들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자연히 노무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삼아 나름대로 합리성을 추구해오던 행정부내 인사들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고요. 이 상황이 되면 소위 관권의 개입이 없는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가 무척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자치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말이다, 기분 좋아지게시리 이 예상이 빗나갈 것 같다.
    그 이유가 울 나라 공무원의 민주화 의식과 자질이 예상보다 뛰어나서라고 말하면 …… 방법 당하겠지.

    진짜 이유는 바로 국민 여러분들 덕분이다.
    여의도와 광화문을 비롯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휘몰아친 가열찬 “탄핵무효”와 “민주수호”의 목소리 덕분인 것이다.
    참말로 고맙고 고마운 여러분들이다.


    그런데 오늘 자 신문에서 요상한 기사 한 꼭지를 보았더랬다.
    아래를 보자.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에 법적 근거를 제공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선관위 전체위원회의는 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 같은 내용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그대로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 익명을 요구한 선관위 고위관계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중요한 것은 선관위 전체위원회의의 결정 내용이지 공문 내용이 아니다”라며 “전체회의에선 6 대 2로 노 대통령이 선거법 9조(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거듭 밝혔다 …… 한편 민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명시한 선관위의 ‘새로운’ 공문을 공개했다. 4일 민주당 앞으로 보낸 이 공문에서 선관위는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법 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 앞으로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준수해 줄 것을 2004년 3월 3일 대통령에게 요청했다”며 선거법 위반사실을 명시했다. [동아일보, 2004.3.15.]”

    그러자 금새 중앙선관위가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냈다.

    “중앙선관위 임좌순 사무총장은 15일 한 일간지의 '선관위 노 선거법위반 헌재서 진술' 제하의 보도와 관련,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임 총장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진술을 요구 받은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진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심판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선관위의 결정이나 의견에 구속 받지 아니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관위 스스로 진술할 절차도 없는 만큼 심판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선관위는 4월 15일 실시되는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공명선거가 되도록 하는 것이 지상과제"라고 강조했다.”

    요것이 무엇이냔 말이다.
    도대체 “익명을 요구한 선관위 고위관계자”가 누구이길래 공문이 회의결과 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단 말인가. 공문이란 공공 기관에서 기관의 의견과 처분을 상대기관 혹은 단체나 개인에게 통보하는 문서이어서 그 자체로 해당 기관을 대표한다. 그래서 회의의 내용이 어떠했던 간에 그 결과는 공문행위를 통해서만 유효해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일은 못해도 공문만 잘 작성하면 삼대가 편안한 법이고 공문 하나 잘 못 작성하면 감사원을 비롯한 온갖 감사에 불려 다니느라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 된다는 걸 우리 동네 삼식이도 다 알겠냐.

    그렇다면 이 “익명을 요구한” 인물이 조직생활을 경험해 보지 않은 아르바이트생도 아니고 “선관위 고위관계자”라는 걸 볼 때 해당 기사가 인용한 발언 내용은 별 생각 없는 나불댐이 아니라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떠든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음이다. 즉, 이 관계자는 기회만 주어지면 헌재든 어디든 달려가 목청 높여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마구 떠벌리고 다니겠다는 강한 의사를 표현 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 기사 이후 선관위의 반응이다. 만약, “탄핵무효”의 함성이 전국 방방곡곡을 휩쓸지 않았다면 선관위의 반응이 어땠을까나.
    “헌법재판소로부터 진술을 요구 받은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진술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지금의 방침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진술을 요구 받는다면 적극 진술토록 하겠다”라는 내용으로 바뀌었을지 모른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에 보낸 공문의 내용이 틀리고 기자회견 때는 또 다른 얘기를 했었던 선관위의 분위기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 국민 여러분의 힘이 참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수구세력의 일원들이 지금은 비록 국민의 분노와 비난이 너무나 거세 여전히 납작 엎드림 모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만약 누군가의 빈정거림 대로 일주일 내에 이 열정이 사그라든다면 이들은 단박에 고개를 쳐들고 나타나 그간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기득권을 지키고 늘리기 위해 온갖 술책을 다 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집회와 관련해 경찰이 “탄핵 규탄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해산 및 사법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의 압력을 의식한 측면과 집회 참가자의 수를 줄여 보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지금처럼 전국에서 10만이 넘는 자발적 참여가 이어진다면 경찰은 이를 해산하려다 불필요한 충돌을 낳기 보다는 집회가 질서 속에서 평화롭게 진행되는 걸 말 그대로 찰(察) 할 수 밖에 없겠죠.

    많은 이들이 증시 붕괴, 해외 투자자 이탈, 감당할 수 없는 혼란 등을 얘기했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경제의 fundamental ……”, “차분한 행정부의 대처 ……” 어쩌고들 하시는데 진짜 이유는 바로 국민 여러분의 대응 방식에 있었습니다. 엄청난 충격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러분이 즉시 스스로의 판단과 의지로 “탄핵무효”의 구호를 단호하고 질서 있게 외쳐주셨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대해 “불안정”이라고 시비를 걸 수 없었던 것이고 그래서 별 다른 혼동의 조짐이 나타날 수 없었던 겁니다. 강팀이 달리 강팀입니까. 아무런 문제나 약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문제와 약점을 스스로 해결하고 보완할 수 있으면 강팀인 거죠.

    '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제로 있었던 일 ...  (0) 2004.03.25
    이미지 정치라 ...  (2) 2004.03.15
    탄핵안 상정에 대한 단상 ...  (0) 2004.03.11
    Chile Invasion 영화 대사 번역  (0) 2004.02.23
    이승연과 누드 ...  (0) 2004.02.1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