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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정치라 ...
    길다 2004. 3. 15. 13:57
    [2004. 3. 15. 에 끄적임]

    이미지 정치라고들 하십니다.
    내용도 없고 말만 번드르르 한게 실제 기층 민중의 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그런 정치인이 과연 노동자 계급을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을 대표할 수 있겠느냐고.
    동의합니다.

    그런데 다시 보자고요.
    잘 꾸며진 이미지가 내용을 담보하지 않지만, 충분히 내용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킵니다. 웃기는건 흔히 "뽀대" 라고 불리는 이 이미지가 종종 내용을 대체할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품질이 조금 안 좋아도 "뽀대"가 좋아서라는 게 말이 될 때가 있다는 거죠.

    100명의 사람 중에서 대표자 1인을 뽑는다 칩시다. 이 경우에는 "뽀대"가 별로 위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뻔히 알기 때문이죠.
    그런데 1000 명을 넘어가면 서로가 서로를 뻔히 알기가 힘듭니다. 그때서부터 "뽀대", 즉 이미지가 서로가 서로를 뻔히 아는 걸 대체하기 시작합니다.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하겠지만 그것도 역시 이미지의 일종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이미지 조작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지지기반을 뺏어간다."
    "우리 국민의 에너지가 노무현 일당에게 부당하게 집중된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살펴보자고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세력의 집권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역사적 당위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미지 조작 때문에 별 세력을 얻지 못한다는 말은 지나친 자기최면이고 변명 입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실천적 노력으로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위해 분골쇄신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지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뽀대"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 말은, 민주노동당이 기반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자계급이 아직 덜 깨었기 때문에 이미지 따위에 현혹된다는 말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아닙니까.

    열린우리당, 민주당, 한나라당도 그들이 기반하는 계급 또는 계층의 이익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건 민주노동당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은 그 와중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권력내의 지분을 확보하였고 민주노동당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방식이 올바른 것이었느냐 아니냐는 다른 얘기이지만 일단 권력이 배분되고 나면 그런 논쟁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싸가지 없이 얘기하자면 민주노동당은 그간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제대로 이미지화 하지 못한 건 아닙니까. 이제까지 통했던 한나라, 민주당의 방식은 폐기되고 지금은 열린우리당의 방식이 주류의 자리에 올라가고 있는데 민주노동당은 과연 어떤 방식을 가지고 있는 건지요. 내가 보기엔 뻔히 들여다 보이는 노무현 일당의 이미지 조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많은 유권자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지를 한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해야 하나요, 아니면 그들이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하나요.

    정동영의 민생투어가 순전히 엉터리라고 비난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그가 실제로 청소를 하는 걸 바란다거나 노인네를 끌어 안는 품안에 사랑이 깃들여 있으리라고 큰 기대를 하진 않습니다. 그저 그런 사람이 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기특해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좀 바빠서 일단 여기서 줄이고 다음에 또 쓸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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