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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걸다 디벼보기 위원회] 괴물은 살아있다!!!
    딴지 기사 모음 2002. 3. 15. 15:00
    [별걸다 디벼보기 위원회] 괴물은 살아있다!!!

    2002.3.15.금요일
    딴지 영진공 별걸다 위원회


    ~ Boo!!

    Boo!! 제목만 봐서는 오늘은 또 무슨 얘기인가 싶지? 상당히 잼있는 얘기니까 귀 좀 열어봐.

    너네들, 몬스터 주식회사가 무슨 일 하는 줄은 다 알고 있지. 그래도 혹시 잘 모르는 어린 백성이 있을까봐 다시 얘기할게. 몬스터 주식회사는 모두들 잠든 한밤중에 미취학 아동들의 방에 무단 침입하여 애들을 겁주고 협박한 후 애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를 채취해서 괴물들 세상에 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독점기업이야. 그래, 얼마전 개봉한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 나오는 내용이지.

    그런데 이 몬스터 주식회사가 우리들 세상에도 존재한다는 걸 너네들은 잘 모르지, 그치. 그럼 지금부터 귀를 쫑긋 세워봐.





    너네들, 일곱 자매라는 얘기 들어봤니? 영어로 "Seven Sisters"라고 하거든. 아니, 아니, 칠공주 말고. 뭐 물론 얘네들도 깡패이긴 하지만 그냥 주먹만 믿고 까부는 건달들하고는 노는 뽀다구가 아주 다른 애들이야.

    그 일곱 자매의 이름을 차례로 알려줄게. 먼저 미국 출신인 엑손(Exxon), 모빌(Mobil), 쉐브론(Chevron), 텍사코(Texaco), 걸프(Gulf)의 다섯에 나머지는 영국 출신의 쉘(Shell)과 비피(BP)가 바로 그 주인공이야. 그 동안 지들끼리 합병도 하고 흡수도 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그 이름이 우리 귀에 너무 익은 애들이잖아, 그치.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석유시장을 쥐락 펴락 하는 메이저 정유사들이란 말이쥐. 그런데, 맨 앞의 세 명은 알고 보면 원래 한 몸에 머리가 다섯 개 달린 괴물이었어. 무슨 얘기냐 하면 걔넨 애초에 하나의 회사였단 얘기지.

    그럼 여기서 퀴즈! "록펠러"가 누구일까요? 예, 맞았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자동으로 "이병철"이라고 했듯, 미국인들이 부자를 일컬을 때 마치 고유명사같이 입에 담는 그 이름이라네.



    롸키휄러 센터

    너네들 혹시 뉴욕에 갈 일이 있으면 관광명소 중 하나인 록펠러 센터에 들러 보고 싶겠지. 근데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록펠러 센터가 어디냐고 물어봐도 아무도 안 가르쳐 줄걸. 왜냐하면 걔네들은 "롸키휄러"라고 발음하거든. 나 무지 고생했다, 그 건물 찾느라고.

    어린 아이들 위인전에 자주 등장하는 이 할배는 다음과 같은 일화와 함께 돈이 엄청 많았지만 아주 검소하게 살았던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어.

    어느 날 록펠러가 호텔에 들었을 때 아주 싸구려 방을 잡길래 지배인이 그러더래. 아드님은 최고급 방에서 자곤 하는데, 왜 이러시냐고. 그러니까, 이 할배가 하는 말이 걔는 부자 아버지를 둬서 그렇지만 나는 부자 아버지가 없어서 싼 방에서 자는 거라고 했대. 많이 들어 본 얘기지, 응. 근데 이게 다 물타기용 헛소리란 말이야.

    이 할배가 1870년에 세운 정유회사가 바로 Standard Oil인데 이 회사가 짧은 시간에 미국의 석유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과정에서 록펠러는 요즘 우리가 상법(商法)이나 사례집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온갖 부당행위는 모두 창작해내거나 가차없이 저질렀거든.

    매점매석, 리베이트 제공을 통한 운송권 독점, 내부자 거래, 폭력을 동원한 영업방해, 담합을 통한 경쟁 기업의 도산 유도, 부당 노동행위, 적대적 기업인수, 트러스트 및 신디케이트 결성을 통한 시장질서 교란 등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든 범죄적 경영의 원조란 말이쥐.

    그 과정에서 록펠러는 눈이 다섯 개 달리고 다리가 열 개인 Waternoose처럼 회사 내에 비밀부서를 두고서 CIA를 찜쪄 먹을 정도의 정보 수집력을 확보하여 온갖 막후공작을 지휘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야.




    록펠러와 Waternoose


    그렇게 폭력적 독점의 지위를 만끽하며 미국과 세계의 돈을 싹싹 긁어 모으던 Standard Oil이 붕괴를 맞게 된 것이 1911년 인데, 바로 반독점법(Anti-Trust Act) 위반으로 미 연방 대법원이 해체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었지. 이 법은 너네들도 잘 알다시피 최근에 Microsof에게 적용된 법률이잖아.

    암튼, Standard Oil은 이렇게 최후를 맞이하면서 크게 다섯 개의 지역별 회사로 나눠지는데 그 중 규모가 제일 큰 세 회사가 바로 앞에 언급한 Exxon, Mobil, Chevron이란 말씀.

    여기에 당시 동남아와 러시아의 유전 (러시아 유전을 처음 상업화한 사람은 바로 알프레드 노벨의 친형)을 기반으로 일본에까지 석유를 팔아 먹던 Shell과 BP, 그리고 영화 <쟈이안트>에도 나오듯 느닷없이 터진 텍사스의 유전을 기반으로 한 Texaco와 Gulf가 합세, 공식 및 비공식으로 담합하여 지네들 멋대로 세계 석유시장을 권역별로 나눠먹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의 입에 일곱 자매라는 용어가 오르내리게 되었던 거이야.





    그렇게 세계 석유 시장을 장악해 지조뙈로 주무르며 콧구멍이나 파고 있던 얘네 들에게 어느날 분연히 일어서서 감자를 멕여버린 이들이 생겨버렸으니, 그들은 바로 대다수 중동의 산유국과 리비아, 베네주엘라 등이었어.

    기존에 아랍권을 중심으로 결성된 OPEC을 주축으로 한 이들 국가에선 자기 땅에서 나는 원유를 가지고 미국과 영국 등 서구국가와 일부 지배세력의 배만 불리는 것에 화가 난 민중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어디는 자발적으로 어디는 떠밀려서 왕이나 대통령을 쫓아내고 유전을 국유화하면서 일부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거나 이를 적극 지원하게 되었던 거지.

    이들은 기존에 일곱자매들이 차지하고 있던 신디케이트의 지위를 뺏어오자마자 즉시 원유가격과 금수조치(Arab Oil Embargo)를 무기 삼아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 했지.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아주 적대적이어서 심지어는 전 세계의 국가를 대상으로 친미와 친중동으로 분류해 석유수출을 통제하기까지 했었어. 이 당시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OPEC의 심사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쌩쑈를 했었더랬지.

    우리나라? 그 당시 박정희 정권은 미국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었는데 사정이 어땠겠어. 1차(1972년)와 2차(1979년)에 걸친 소위 "오일 쇼크" 때에는 진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니까. 실감이 안 나면 주위 어른께 한번 물어봐, 어땠었는지.


    글쎄, 원유값이 순식간에 무려 열배에서 스무배까지 뛰었다니깐!!

    당시 전 세계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질러댈 수밖에 없었는데, 웃긴 건 비록 산유국의 유전 국유화로 인해 쫓겨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대규모 정유공장과 앞선 기술을 소유하고 있던 일곱자매들은 몬스터 주식회사가 그러하듯 인류의 비명을 바탕으로 유례없이 많은 떼돈을 벌어 들였다는 사실이야.

    사실 그때 세계 수요에 비해 원유 공급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거든. 그래서 아직도 미국과 유럽의 시민들은 악덕기업이라고 할 때 첫 손에 꼽는 게 석유 메이저라는 사실.

    그럼 얘네들이 이후 조용히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갔을까나. 만만의 콩떡.

    얘네들은 "오일 쇼크"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알라스카, 중남미, 그리고 북해 등 중동 이외 지역의 유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원자력 에너지 또한 적극적으로 손을 대게 되지. 그러면서 이들은 그 과정에서도 또 다시 여러 차례 인류가 비명을 지르게 만들어.

    1989년에 유조선 침몰로 무려 천백만 갤런의 원유를 알라스카 청정 해역에 쏟아 부은 "엑손-발데즈" 사고를 비롯하여 끊임 없이 발생한 원유누출 사고에다가 북해와 알라스카 등 유전 개발시 저지른 환경 오염 및 훼손 사고, 그리고 원자력개발과 관련하여 벌어진 "Three-mile Island" 사고와 "Rainbow Warrior" 격침 등.

    그도 모자라 이들은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에너지 절약형 내연기관의 개발에 대해 말로는 환영한다 하면서 뒤로는 온갖 방해공작을 펼쳐왔거든. Steven Seagal의 영화 <죽음의 땅>이나 <총알 탄 사나이 2편>, <세인트> 등의 영화를 보면 이런 사례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나오니까 참고해.

    이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일곱 자매와 이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은 떠들곤 하지. 불행하지만 불가피한 일이라고. 마치 Randall이 만들어 낸 강제 비명 추출기계에 대해 Waternoose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강변하듯이. 근데, 정말 국제 에너지 수급은 위기상황인지 궁금하지 않아? 아래 그림을 통해 한번 살펴볼까나.



    현재까지 확인된 원유의 총 매장량은 약 1046.4 (단위: 10억 배럴)이고 이는 인류가 앞으로 약 4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하쥐. 더 심한 건 그 편중성인데, 아래에서 확인 할 수 있듯 중동지역에만 683.6이 묻혀있어. 이는 전체 매장량의 약 65%에 해당하는 양이야. 미국? 29.7 (2.8%), 러시아? 65.3 (6.2%), 중국? 24.0 (2.3%)... 에, 한국? 당근 영(零, 빵, 제로 등)이지!

    심각하지, 그지? 그럼 여기서 다시 퀴즈 하나 더!

    이처럼 확인된 매장량이 충분하지 않고 지역적 편중성이 큰데도 왜 그럼 현재 원유가격이 하늘을 뚫고 치솟지 않는 것일까~아~요?

    이건 답이 좀 긴데, 설명 해 볼께. 앞서 얘기한 두 차례의 "오일 쇼크"로 인해 비명소리를 연신 질러야 했던 우리 나라를 비롯한 석유 소비국들은 새로운 유전 개발에 뛰어드는 한편 (그때 "제 7광구"라는 가요가 히트하기도 했었어, 너넨 잘 모르지), 국가 전반에 걸친 에너지 절약 정책을 실시하게 되지. 그러다보니까 점차 OPEC산 원유에 대한 수요와 전체 에너지 소비가 줄어 들게 되었지.

    OPEC 애들은 똥줄이 탔겠지, 그지. 그래서 걔네들은 이후 줄곧 고시가격 인하와 감산조치를 실시하면서 자국산 원유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급기야는 시장가격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었어. 이젠 원유가격이 산유국에 의해 책정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이 되게 되었던 것이야.

    게다가 1980년대 후반에는 원유를 대상으로 한 Futures Market이 개설되기까지 했지. 그러니 예전에는 주고 싶은 놈만 골라서 거들먹거리며 팔던 "검은 황금"이 이젠 그저 시장에서 맘대로 골라 사는 필수품 정도로 지위가 바뀌게 되 버린 거야. 게다가 국내에 돈이 급한 산유국들은 자기들끼리 정한 Quota를 어기면서 증산해서 싸게 파는 경우도 생기다 보니까 원유가격이 상대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OK?





    그럼 앞으로도 수만년을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까? 아니지, 당장 50년도 버티기 힘든 매장량에다 중동지역에 대한 편중성을 따져보면 가까운 미래에 위기상황이 닥쳐 올 꺼야. 그래서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애들은 자꾸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난리를 치고 있잖아.



    위 그림에 표시한 동그라미가 어느 지역이게? 거기가 바로 아프가니스탄이야. 저기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데도 소련이 필사적으로 먹겠다고 덤비고 또 그걸 막겠다고 미국하고 영국이 합세해서 엉기고 그러잖아. 왜겠어, 러시아가 저기만 먹으면 언제라도 손 쉽게 이웃한 중동의 석유밭을 접수할 수 있으니까 그런거쥐.

    생각해봐, 2차 대전 때 롬멜이 뭐하러 쓸데없이 아프리카를 헤맸겠어. 거기만 질러가면 바로 중동이니까 연합군 애들이 기를 쓰고 막았고 결국 롬멜은 연료가 부족해서 지고 말잖아. 그리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애도 할 일이 없어서 거기 갔겠어? 다 그 동네에 가득한 석유 때문이었지.

    중동을 손아귀에 넣는 것도 불안하니까 아예 현 미국 대통령 부시는 선거 공약 중 하나 알라스카 ANWR(이거 뭔지 모르지, Arctic National Wild Life Refugee의 준말인데 '북극 야생동물 보호지'라고 번역하면 돼) 지역 유전 개발을 내걸었었지.

    예전에 록펠러가 커다란 섬을 소유하고 있던 미국 Maine주에서 자란 아버지 부시는 석유사업으로 돈을 벌고 나중에 대통령이 되서는 이라크를 공격 하더니, 아들 부시는 Houston에서 태어나 그 지역 에너지 기업인 Enron의 돈으로 대통령이 되어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참 지저분하지.

    그럼 그런 지저분한 방법 말고 다른 깨끗한 대처방안이 없을까? 좀 미안한 얘기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묘책은 없는 게 사실이야.

    영화 속 괴물들 세상에서는 아이들의 비명 대신 기쁨의 웃음 소리로 에너지원을 바꾸는 아주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내지만 우리들 세상에선 아직 희망사항에 불과하지. 하지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지금이라도 모든 국가가 힘을 합치든지 아니면 꼴리는 대로 각개약진을 하든지 환경친화적인 대체 에너지원을 하루 바삐 찾아내는 노력을 계속하고 그 동안 소비자들은 최대한 에너지를 절약해야지, 일단 우짜겠어.

    그리고 필요하다면 가장 피해가 덜 가는 공법으로 신규 유전을 개발해야 하겠지. 정작 부시도 알라스카 유전을 개발한다 했지만 아직은 국내 여론에 밀리고 있고 BP도 사명을 기존의 "British Petroleum"에서 "Beyond Petroleum"으로 바꾸는 등 기존 메이저들도 환경에 덜 유해한 새로운 공법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요즘이니까.

    어때, 내 얘기 재밌었지! 아냐? 아님 말고. 어쨌든 세상 일은 영화 한편을 만들더라도 다 연관이 되고 내 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니까, 너무 재미만 찾아 다니지 말고 가끔은 골치 아픈 일도 생각하면서 살아보자고.

    그럼 이쯤에서 안녕. Boo!!!



    딴지 영진공
    별걸다 디벼보기 위원장 이규훈
    (kyuhoon@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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