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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로 있었던 일 2부
    길다 2004. 3. 31. 17:05
    H고가 있는 마을에는 마을의 규모에 비해 무척이나 큰 술집이 자리잡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 술집이 마을에 들어서게 된 사연을 볼작시면,

    그 마을은 원래 몇몇 씨족끼리 모여 농사일로 살아가던 곳이었는데, 옛적에 외지의 부자가 불량배들을 이끌고 들어와 강제로 땅을 빼앗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소작농으로 삼아 죽지 않을 만큼 부려먹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부자가 도회지에 나와바리를 잡고 있는 큰 형님들하고 한 판 크게 붙었다가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맞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바람에 그 부자는 쫓겨났지만 대신 큰 형님들에 의해 마을이 접수되게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일로 인해 마을사람들 중 약삭빠르게 외지의 부자에게 빌붙어 선량한 마을사람들을 괴롭히며 콩고물을 받아먹고 살던 이들은 전전긍긍하게 되었지만, 큰 형님들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오히려 그들을 먼저 만나 마을의 상황을 물어보며 향후 관리방안을 의논하기 시작하였답니다. 그러자 이들은 오래 전 마을을 떠나 도회지로 갔다가 큰 형님을 따라 마을에 다시 돌아 온 인물을 중심으로 뭉쳐서 다시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위기에 처한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는 과거는 잊고 우리 모두가 뭉쳐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누가 그러더라” 라고 떠들고 다녔다 하더이다.

    그렇게 마을사람들을 다잡은 그들이 다시 패악 질을 계속하면서 마을사람들의 분노를 사 한때 큰 형님을 따라 마을에 돌아왔던 인물이 쫓겨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마을 자경단의 한 인물이 아이들을 이끌고 나타나 그 자리를 차지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여전히 그들의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합니다. 자경단 출신의 그 인물은 마을이 부흥하려면 고장의 특산물을 집중 육성 하고 이를 도회지에 팔아 그 돈으로 근대화에 매진해야 한다며 마을사람들에게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로부터 마을사람들이 정성으로 농사를 지어 수확한 햇곡식으로 빚어 마시던 막걸리를 특산물로 삼기로 결정하고는, 큰 형님들에게 돈을 빌어 마을 한 복판에 커다란 술도가를 짓게 되었답니다. 그들은 마을사람들에게 아주 헐값으로 곡식을 사들이고 거의 무임으로 마을 사람들을 부리면서 큰 형님들로부터 비싼 값으로 사온 기계로 막걸리를 생산, 큰 형님들의 트럭으로 운반하여 도회지에 있는 큰 형님들의 가게에서 팔아서 생기는 그나마 작은 이문을 자기들 주머니에만 차곡차곡 챙겨 넣었답니다.

    그렇게 그들이 자신들의 배만을 불리는 행태가 지속되자 마을사람들 사이에 불만이 차올라 마을 여기저기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술도가에서 일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오기 시작했답니다. 그러자 그들은 “마을이 시끄러우면 좋은 막걸리를 만들 수 없고, 그러면 막걸리가 안 팔려 돈을 못 벌게 되니 마을이 곧 망하고 말 것이다” 라며 마을사람들을 설득해 보았지만, 잘 먹혀 들지 않았답니다. 이에 당황한 그들은 주머니를 조금만 열어 마을회관과 공판장을 세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동네 불량배를 동원하여 반항하는 이들을 두들겨 패기도 했지만 그래도 좀처럼 마을사람들의 동요가 가라앉질 않자 한가지 방책을 생각해 내었다 합니다.

    그 방책이란 바로 마을 한 복판 술도가 옆에 커다란 술집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술집을 차려서는 마을사람들 중 자기들을 잘 따르는 이들을 종업원으로 취직시켜 평균보다 많은 급료를 지급하였고 자기들의 친척들로 하여금 술집 운영에 필요한 재료와 소모품을 대게 하였답니다. 그러자 술집에서 일하는 이들과 그 가족, 그리고 술집에 물건을 대는 업자들의 집안은 저절로 술도가와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되었고 그러자 오히려 이들이 더 앞장 서 마을사람들을 윽박지르거나 달래는 데에 나서게 되었다는 군요.

    그런데 이 술집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마을사람들에게 파는 술에 안정제를 섞는 것이었습니다. 중독성이 있는 안정제가 섞인 이 술을 마신 이들은 절로 기분이 풀어져 골치 아픈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기에 술도가와 그 무리들에 대한 분노도 잊고 이 술집을 자주 찾을 수 밖에 없었고,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찾아 들수록 술집 주방에서는 더 많은 양의 안정제를 술에 섞게 되었다는 군요.

    그런데 이렇게 안정제의 양이 많아지고 독성이 강해지자 급기야는 마을사람들 사이에 중독자가 양산되었고, 중독으로 파탄 나는 가정이 늘어가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해서 마을의 젊은이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앞장서서 마을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주운동을 벌여나가기도 했지만 중독성 강한 술 맛에 젖은 이들은 좀처럼 술을 끊거나 줄여 나가지 못했답니다. 게다가 불친절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술을 팔던 술집도 마을의 분위기가 변할라치면 지배인을 바꾸거나 내부를 수리하여 신장개업을 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동원하여 마을사람들을 달래기도 하였답니다.

    그래서 마을의 분위기가 다시 조용해지면 술집 측은 금주운동을 벌이는 젊은이들을 향해, “마을의 유일한 자랑이자 위안인 막걸리 마저 못 먹게 하는 저 놈들은 사회안정을 저해하고 마을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불손세력이다” 라고 손가락질을 했고 심지어는 마을 자경단을 동원해 젊은이들을 초주검이 되도록 두들겨 패기까지 하였답니다. 그 와중에 일부 젊은이는 불구의 몸이 되기도 하였고 또 어떤 이는 마을에서 아예 사라지거나 마을 어귀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하였다는 군요.

    그러자 젊은이 중 일부에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그들은 무작정 금주를 외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중독성이 덜한 술을 자신들이 만들어서 마을사람들에게 팔자고 하였다는 군요. 조그맣고 깨끗한 술집을 차려서 친절봉사하고 손님들에게 파는 술의 양도 조절하면 마을의 중독자들을 줄여 나갈 수 있고 나중에는 깨끗한 술만 마시는, 아니면 아예 술 조차 마시지 않는 마을을 만들 수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네요. 이들의 제안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긴 했지만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그건 금주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변절행위일 뿐이라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하였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일부의 젊은이들은 마을 한 귀퉁이에 작은 술집을 하나 열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술집을 운영하는 젊은이들의 가족친지와 친구들을 중심으로 적은 수의 손님들이 그 술집을 찾았지만, 덜 독한 술 맛과 덜 불친절한 서비스에 힘입어 그 술집을 찾는 마을사람들이 시나브로 늘어나게 되었다는 군요. 하지만 마을 어르신들 중 여전히 많은 이들과 젊은이들 중 일부는 그 술집에 대해 여러 가지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곤 하였답니다. “그래도 술 맛은 배운 것도 많고 경험도 많은 큰 술집이 아직은 제일이여 ……” “깨끗한 술이 어디 있어, 술은 다 술이지, 그게 다 돈 벌라고 하는 수작이야” “그렇게 벌어들인 더러운 돈으로 어찌 감히 술 없는 마을, 서로를 숭상하는 마을을 세우고자 하는 숭고한 이념을 참칭하고 다니느냔 말이야, 에이, 사꾸라 쇄끼덜 ……”

    규모는 작지만 작은 술집이 은근히 매출을 늘려나가고 차츰 마을사람들의 술 맛에 대한 평판이 달라지기 시작하자 큰 술집은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 속에서 대응방안을 세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커다란 사건이 하나 터지고 말았답니다. 큰 술집에서 쓰이는 안정제를 만들어 공급하는 조제부장이 어느 날 술집 사장과 가진 회식자리에서 주방장과 다투다 그만 칼을 휘둘러서 사장과 주방장이 죽게 되었던 것입니다. 마을이 발칵 뒤집히고 말았답니다. 어찌됐든 마을의 가장 높은 사람이라던 술집 사장이 졸지에 죽어 버렸으니까요. 이러한 급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환 술도가와 술집에 붙어 살던 이들은 물론이려니와 마을사람들도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을사람들 중 말 좀 한다 싶은 이들이 작은 술집에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위기에 처한 마을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던 중이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모임이 진행되던 중간에 갑자기 작은 술집에 한 무리의 불량배가 들이닥쳤답니다. 자경단 복장을 한 그들은 작은 술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짜고짜로 눈에 띄는 이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하였답니다. 큰 술집에서 파는 안정제 섞인 술의 역한 냄새를 잔뜩 풍기며 몽둥이를 휘둘러 대는 그들의 손길에는 아무런 주저함이나 목적성이 없었다 합니다. 부녀자, 어린아이, 어르신 할 것 없이 그저 두들겨 팰 뿐이었다고 합니다.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이나 술집 종업원이나 심지어는 술집 근처를 지나던 사람마저도 아무 구분 없이 그저 두들겨 팰 뿐이었답니다.


    많은 이들이 죽었답니다.



    그렇게 죽은 이들에 대해 자경단에서는 혼란을 부추겨 마을을 전복하려는 세력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희생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하였답니다. 그리고 그 날의 참사를 주도했던 자경단 행동대장은 이튿날에 큰 술집 사장 자리를 차지하였고요. 그리고 그 날부터 마을에서는 큰 술집을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도 술을 만들 수도 마실 수도 없게 되었답니다. 큰 술집 사장이 당연 직으로 맡게 되어있는 마을 이장의 명의로 그런 포고령이 내려졌던 것이랍니다.

    그런 시절에도 세월은 흘러가고 마을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 날 작은 술집의 참사도 잊혀지는 듯 보였답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세상이 무서웠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세월 속에서도 큰 술집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똑똑하고 잘 나서가 아니라 순진해서 세상을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합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술집 앞에서 마을사람들에게 술을 팔아주지 말자고, 차라리 우리가 만들어서 마시자고 역설하는 내용의 전단을 돌리던 두 아이가 술집 기도들에게 걸려 몰매를 맞다가 그만 숨을 거두게 되었답니다.

    마을사람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습니다. 너나 없이 거대한 분노로 들고 일어나 큰 술집을 에워싸고 사장과 관련자를 심판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큰 술집은 또 다시 꾀를 내었고 마을 사람들에게 그게 먹혀 들었다 합니다.

    두 아이를 죽게 한 기도들과 관리책임자를 감옥에 가두고 큰 술집 사장이 당연 직으로 맡던 마을 이장 자리를 내놓아 주민 직선으로 뽑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이장선거가 시작되었다는 군요. 이전에 큰 술집에 대항해 작은 술집을 운영하던 측에서도 후보를 내세웠답니다. 그런데 그 쪽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나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큰 술집에서 부사장을 지내던 이가 다시 이장으로 선출되고 말았다네요.

    큰 술집은 다시 이장자리를 맡게 되자 작은 술집 측을 회유하기 시작하였고 후보로 나섰던 이 중 하나가 큰 술집의 부사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그리고 합류를 거부한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작은 술집에서도 술에 뭔가를 탔었다”며 몰아세웠지만 그렇다고 그 전처럼 자경단을 동원해 폭력을 쓸 수는 없었답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새 이장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큰 술집 측은 다시 후보로 나선 작은 술집 측의 인물을 집요하게 추궁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술에 안정제를 탄다고 하지만 너희도 뭔가를 타지 않았느냐, 그게 뭐냐 ……” 그러자 그 후보는 맞받아 쳤답니다. “그렇다. 우리도 술에 뭔가를 탔는데 그건 바로 각성제다. 안정제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마을사람들을 깨우기 위해서는 각성제라는 처방이 불가피하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라고요.

    그리고 선거의 결과, 사람들이 변한 건지 아니면 마을의 재정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 큰 술집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는지 간에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작은 술집 측의 후보가 마을의 이장이 되었다는 군요.

    이후 큰 술집의 매상이 줄어들게 되었답니다. 그렇다고 굶어 죽을 정도가 된 건 아니었지만 술 판매를 독점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술집의 사정이 안 좋아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에는 매출이 비교도 안 되던 작은 술집을 찾는 손님들이 부쩍 많아지게 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작은 술집은 손님이 많이 찾아올수록 내부를 수리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하여 고객을 모시는 데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오히려 술에 타는 각성제의 양을 늘리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두 술집에서 파는 술의 맛이 비슷하게 되었고 마을사람들도 술집이라는 게 다 그런 거려니 하고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술집의 술 맛이나 내부장식, 그리고 영업방식도 비슷해지자 마을 왼편에서 주로 활동하던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답니다. “그러게, 우리가 뭐라 그랬냐고, 다 그 놈이 그 놈이라고, 씨바 …… 한 놈은 원조고 다른 놈은 신장개업이고,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야, 불판도 갈고 숯도 갈아보자고”

    어느새 세월은 가고, 다시 새로 마을 이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큰 술집 측의 후보는 “어차피 다 부패한 마당에 그나마 연륜과 학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 이장이 되어야 한다”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작은 술집 측은 고만고만한 이들끼리 후보자리를 놓고 겨루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 인물을 내세우게 되었답니다. 그 인물은 “이제까지 마시던 술은 예전의 맛을 너무나 오래 고집하여 다 썩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한 순간에 술을 딱 끊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새로운 제조법을 개발하였습니다. 맛은 좀 덜하지만 몸에 덜 해롭고 술을 만들어 팔 테이니 서서히 술을 줄이면 됩니다. 그 제조법이란, 각성제나 안정제 대신에 제가 잘 아는 생수회사에서 파는 물을 술에 섞는 겁니다. 술 맛이 밍밍해지겠지만 손님들께서 참아주시면 됩니다.”

    술 맛이 달라진다는 말에 마을사람들은 그 인물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술 맛이 많이 달라지긴 했는데 영 심심하기도 하고 안정제나 각성제 향도 여전히 남아있기도 하고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그다지 탐탁지 않게 느끼기도 하였답니다. 그럴 때마다 새 이장은 공공연하게 여러 차례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양 쪽 술집의 주방장과 재료상도 바꿔야 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제가 잘 다니는 신장개업 술집으로 단골을 옮겨 주십시오. 그래야 진정 새로운 제조법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찬 바람이 으스스 몸을 휘감는 어느 새벽이었다고 합니다. 양 술집의 주방장은 각각의 종업원들을 이끌고 이장 집을 덮쳤다는 군요. 그리고 이장을 납치해 마을 회관 창고에 가둬버리고 말았답니다. 한 마을의 이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특정한 업소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발언을 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고에 가둘 수 밖에 없었다고 큰 소리를 탕탕 쳤다고 하더이다.

    마을사람들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씨벌, 지들이 먼데, 이장이 시원찮지만 니들은 더 재수 없어, 바꿔도 우리가 바꾸고 가둬도 우리가 가두는 거야, 이 *&%(#%^&*! #-^*())&%&* 놈들아 ……”

    큰 술집도 그렇고 작은 술집도 그렇고 그 사건 이후로 아예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졌다고 하네요. 안 그래도 매상이 줄어 힘든 지경에 신장개업 술집으로 손님이 차츰 몰려가는 바람에 죽을 지경이어서 이장을 가두면 좀 나아질까 봐 일을 저질렀는데, 웬걸 아예 손님이 들지 않자 두 술집의 사장은 종업원들 조차 말을 듣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그러던 어느 날, 숨 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적막하기만 하던 큰 술집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음악 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다고 하더이다. “슬픔을 묻어 놓고 다 함께 차, 차, 차 ……” 그 음악을 배경 삼아 밖으로 나온 이가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예전에 조제부장과 주방장의 세력 다툼 와중에서 세상을 떠난 전임 사장의 따님이었던 것입니다. 그 이는 마침 그때 가게 앞을 지나던 마을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을 하였다 합니다. “사죄합니다. 요번에 새로 큰 술집을 명의 사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술을 만들어 왔던 주방장과 홀을 지키던 지배인, 그리고 기도부장이 잘 씻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 불친절해서 다 교체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장사를 시작하렵니다. 그리고 요즘 같은 때는 그저 야외에서 마시는 술이 진국이랍니다. 그래서 우리도 야외에 텐트를 치고 거기에서 술을 팔겠습니다. 물론 저도 내실에 있지 않고 거기에서 먹고 자면서 손님 여러분에게 봉사하겠습니다.” 그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하여튼 그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야외에서 영업을 하는 새 사장의 친근한 외모와 차분한 말투는 큰 술집을 단골로 삼았었던 이들 사이에 많은 호감을 사게 되었답니다. 하루 아침에 태도를 바꿔 이전의 사장이나 종업원과는 달리 공손한 태도로 손님을 대하면서 긴 말도 없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잘못한 거 같다거나 옛날이 좋았다는 말만 하며 가끔은 울먹이기도 하는 모습에 연민과 호기심이 생겨 은근히 야외술집 쪽을 기웃대는 사람도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종업원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전에 보조로 일하던 이들이 눈으로 확인 가능한 손과 발 부분을 깨끗이 씻고 나와 고개를 조아리는 업소 분위기를 보며 나이가 좀 드신 마을사람들은 이렇게들 얘기했다고도 합니다.
    “요새 젊은 애들이 아무리 잘 났다고 떠들어도 역시 술은 옛날 술 맛이 좋았던 기라 ……” “그려, 그 때 술 맛이 독하긴 했어도 한 방에 짜릿하게 취할 수 있어서 좋았지 ……” “애들을 심하게 부려먹기는 했지만 ……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다니까, 그리고 꼭 패야 말을 듣는 애들이 있어요 …… 만약 그 때 막걸리를 도회지에 안 갖다 팔았으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까지 살 수 있겠냐고 ……”



    어느 청년이 호기심에 야외술집을 찾았었다고 합니다. 혼자서 뻘쭘하게 몇 잔 술을 걸치던 그 친구는 술집 분위기도 바뀌고 사장도 바뀌기는 했는데 술 맛은 그대로여서 기분이 그저 그랬답니다. 그러다 청년은 소변을 보러 텐트 뒤 쪽으로 갔다가 무심코 땅바닥에 어설프게 묻어놓은 고무호스를 보게 되었다는 군요. 그게 뭘까 궁금해진 청년이 고무호스를 따라가보니 그 호스는 이전의 큰 술집 주방 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청년은 주방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벌어진 문틈을 통해 안쪽을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새 사장이 교체했다는 주방장과 지배인, 기도부장이 모여 있더랍니다. 그런데 교체를 하긴 한 게 그들이 차고 있는 명찰에는 제네랄셰프, 홀매니저, 질서유지부장 등의 직위가 적혀져 있더랍니다. 그리고 그들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합니다. 그들은 겉에 “취급주의 – 안정제, 각성제 혼합물” 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통을 들어서는 한창 누룩이 발효되고 있는 솥에다 그 내용물을 부으려고 하고 있었다는 그런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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