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꿈에서 본 그 영화

 

 

 

 

 

 

장면은 바뀌어 남산대첩의 그밤,

루미는 순간이동으로 스타디움의 외곽 후미진 곳에 나타난다.

거기에서 루미는 절망과 회환의 심정에 사로잡혀 무너지고 있는 혼문을 겨냥해 영혼검을 내리친다.

그러나, 헌터 영혼의 에너지와 혼문의 힘이 부딪히는 순간 커다란 파장이 발생하고 그 충격으로 루미는 혼절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루미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어렴풋이 깨어난다.

 

< Rainbow Connection > by Karen Carpenter

 

“엄마?”

노래를 부르는 이는 바로 루미의 어머니인 미영이었다.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윽하게 루미를 바라보며 노래하던 미영,

그런데 부드러운 손길로 루미의 머리를 쓸어주는 미영의 손은 데몬의 갈고리 손을 닮아 있었다.

딸이 정신을 차리는 걸 보자 미영은 나즈막히 말을 건넸다. 

 

“루미야, 네가 무엇이 되든 무얼 하든 엄마는 여기에서 응원하고 있어 … 너의 마음이 이끄는대로 가자꾸나 … 힘들고 어려운 걸 피한다고 사라지는 것 아니더구나 …”

 

엄마의 목소리와 사랑의 손길을 느끼며 행복한 기억에 젖어있던 루미는 이윽고,

결심한 눈빛으로 몸을 일으켰고 엄마의 눈길을 등 뒤로 느끼며 스타디움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

이후 헌트릭스의 승리로 혼문이 봉인되는 순간에,

미영은 혼문의 아래로 다시 내려가게 되고 딸의 빛나는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며 사라지는 순간에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어떤 남성의 손길이 보여진다.

---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와,

헌트릭스 멤버들은 새로운 공간과 활동에 적응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신들의 활약으로 혼문을 봉인할 수 있게 되자 이후 개인 활동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루미는 패션모델과 디자이너로 진출하여 자신의 라인 “R U ?!”를 런칭한다.

미라는 모 대학 AI 관련학과에 입학하여 개인의 관심사인 “How to massively slaying demons by applying AI technology”를 연구한다.

조이는 솔로로 나서서 하드 래퍼로 활발한 활동을 한다.

---

그러던 어느날, 루미는 자신의 스튜디오 숙소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 As Time Goes By > by 윤미래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준비하며 루미는 귀에 이어버드를 꽂는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밥과 국을 테이블에 올리다가 루미는 문득 자기도 모르게 동작을 멈추고,

창으로 들어오는 맑고 포근한 햇살을 촛점이 흐린 눈동자로 바라본다.

 

창에 어떤 실루엣이 어리는 걸 루미의 마음이 보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