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here Man's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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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雜談

또또 꿈에서 본 그 영화

Nowhere_Man 2025. 10. 28. 00:39

 

 

늦은 밤 오늘따라 유난히 텅 빈 도서관 3층 구석 자리에 앉아서 참고문헌을 읽고 있던 미라,

문득 귓가에 창문쪽에서 작게 ‘톡톡톡’ 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서씨가 밖에서 부리로 창문을 두드리며 미라의 주의를 끌고자 하고 있었다.

‘어? 너는 서씨?’

 

얼른 창문을 열어 들어올 수 있게 해주었지만, 서씨는 밖에 머무르며 고개를 돌려 아래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더피가 있었고 서씨는 이어 고개를 까닥이며 미라에게 아래로 내려오라는 듯한 몸짓을 하였다.

루미가 아니라 왜 나를 찾아 왔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라는 1층 공터로 내려왔고,

역시 서씨의 재촉하는 동작에 따라 더피의 등에 올라 탔다.

 

하늘을 훨훨 날아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깊은 산 속,

협곡이 바라보이는 기슭 한 쪽에 이르르자 더피는 발길을 멈추었고,

서씨는 미라에게 가까이 다가와 갓 쓴 머리를 들어 올리며 도리도리 하는 것이었다.

‘서씨야, 왜 그러니 … 혹시 갓이 불편하니?’

 

긴가민가 하면서 미라가 갓을 벗겨주자, 보여지는 서씨의 머리에는 털이 없었다.

 

그때 서씨는 홀연히 협곡 쪽을 향해 날아 올랐고,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많은 까마귀와 까치들이 서씨가 가는 곳으로 함께 나는 걸 미라는 보았다.

 

 

이윽고 그들은 협곡 양쪽에 몸으로 다리를 놓고 있었다.

미라는 그렇게 서씨가 오작교를 이어주는 까치 중의 하나인 것을 알게 되자,

'서씨야, 너는 나보고 루미를 설득해 보라는 거구나, 그래 그럴게'

라고 혼잣말을 하였다.

 

그렇게 얼마동안 까치와 까마귀들이 다리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미라는,

조용히 함께 있던 더피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지자 그곳을 보았다.

 

더피는 천천히 미라의 앞 쪽으로 걸어와서는 입을 벌려서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미라가 펼쳐 본 그 편지에는,

"쑥 한 묶음 / 마늘 스무 개"

라고 쓰여 있었다.